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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촌놈 제주살이/초보농부이야기

제주 감귤 밭에서 일하다 말고 더덕캐러간 사연

제주 내려온 지 얼마 안됐을 때 감귤농사를 많이 짓는 서귀포 지역을 여행 다니다 대낮부터 막걸리 한잔에 얼굴 불콰해진 어르신들을 보며 혀를 찬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제주 남성은 한량이고, 여성들이 부지런해 가족들을 먹여 살린다는 속설을 믿던 터라 낮서부터 막걸리에 취해있는 모습이 그렇게 한심해보일 수가 없었다.

그게 오해였다는 것을 밭에서 일 하게 되며 알게 됐고, 정말 창피했고 죄송스러웠다.

 

햇볕이 내리쬐는 낮 시간에 밭에서 일하는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밭에 나와 일하다가 내가 그들을 목격한 점심나절엔 이미 하루에 해야 할 일 대부분을 마무리하고 쉬는 중이었건만 나는 한 단면만 보고 오해를 해버린거지.

 

유난히 아침잠이 많은 나이지만 밭에 가야할 일이 있으면 어떻게해서든 일찍 나가보려고 한다. 낮에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겪어봤기에.

 

무수천 지류. 군데 군데 물이 고여있는 곳이 있다. 신비감 짱!!!




이날도 밭을 빌려준 태권 형님이랑 열심히(?) 창고도 짓고 덩굴도 끊어주고 일을 하다가 한낮이 되니 일하기가 실퍼졌다.

둘다 쉬면서 페이스북을 보고 있는데 친구 하나는 더덕밭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더덕이나 캐러 가기로 결심!

 

때맞춰 와준 와이프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무수천 줄기를 따라 올라가서는 하천 안에 들어가 더덕찾기 삼매경’, 내 눈엔 더덕인지 풀인지 구분도 안가고, 향이 난다고는 하는데 이게 무슨 향인지 도통 모르겠는데 형님은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하천 건너편에서 '매의 눈'으로 더덕을 포착, 캐고있는 태권 형님 모습





꿩 독새기(알). 보통 꿩은 사람 인기척이 나면 바로 도망가는데 바로 옆에 올때까지 숨어있다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알을 품고 있었나 생각했는데 역시나였다.





제주의 하천은 기본적으로 건천이다. 평상시에는 말라있다 비가 오면 물이 차는 형태인데, 이곳 하천 바닥에 풀들이 별로 없는 것을 보니 물흐름이 잘 이뤄지고 있는가보다





하천 속에서 만난 산수국


 

아쉽게도 바위 틈 사이에 숨어있어 많은 양은 못캐고, 저녁 식사 겸 음주때 영양식으로 먹는걸로~

 

오늘도 신기한 경험 하나 추가했다.

나 더덕캐는 남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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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잘보고가용

서울촌놈 제주살이/초보농부이야기

제초제 안뿌린 제주 감귤 밭은 검질과의 전쟁 중

많은 비가 예보됐던 지난 주말, 비가 올 듯 말 듯 하면서 햇빛 쨍쨍한 날을 맞아 아침 일찍부터 예초를 시작했습니다.

 

예초기라는 기계를 처음 본게 군대였듯 해요. 저처럼 실력도, 힘도 없는 땅개들은 이빨이 닳아 없어진 낫 하나 들고 산언저리를 낑낑거리며 깎고 있노라면, 시골출신 고참들이 예초기를 메고 시원스럽게 풀을 깎아 내리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허나 칼날이 튀고, 예초기 반대편에 서있다 봉변당하는 모습들을 하도 많이 봐서인지 엄청 공포스러운 물건으로 각인됐죠.

 

제주에 와 밭에서 일을 하려고 보니 예초기 사용은 트럭 운전과 더불어 필수 중 하나더군요.

저 무서운걸 내가 어떻게 쓰나겁내며 사용한지도 벌써 2년 여. 능숙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초기 들고 깎는 게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시원스레 풀이 깎여진 귤밭 모습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감귤밭은 장마철이 되면 귤밭인지 풀밭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속도로 풀이 자라나요

전업 농부가 아닌지라 오른쪽 먼저 깎고 다음날 왼쪽을 깎으려고 보면 오른쪽도 비슷한 속도로 자라나는걸 보며 놀라운 생명력에 감탄(?)하곤 합니다.

 

한 달 여 전에 감귤나무를 타고 다니는 덩굴들을 다 제거했건만 예초하면서 보니 엄청나게 자랐더군요

주말에만 일을 하려고 보니 시간이 부족해 새벽에 일어나 출근 전 일을 해야겠다 싶습니다.

 

다음 주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짓다 만 창고도 마저 지어야 하고, 창궐할 벌레를 잡기 위해 벌레약도 살포해야 하고 할 건 많은데 체력이 안 따라 주고... .

 

쑥쑥 자라나는 감귤



콩알만했던 감귤이 이젠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습니다.

올해는 청귤을 팔아볼까 생각 중인데 어떨는지 모르겠네요.

내가 힘들이고 관심 가져주는 것만큼 잘 자라는 게 농사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농사이니 장담이나 과신없이 부지런한 마음으로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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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지네요 화이팅입니다

서울촌놈 제주살이/초보농부이야기

제주 감귤농사의 천적, 응애와 깍지벌래 때문에 기계유제를 뿌리다


5월 7일. 오늘은 감귤나무에 기계유제라는 약을 뿌렸다. 

일반적인 감귤 밭에 가보면 나무 밑엔 잡초하나 없이 맨들맨들 하고 나무엔 벌레들이 없다.  

상(上)품의 과일을 만들기 위해 농부들은 많은 노력들을 하는데 그중 농약치는 일을 빼놓을 수 없다. 한달에 한번꼴로 농약을 쳐 과수에 붙은 각종 벌레들을 잡고, 바닥의 잡풀들이 감귤나무로 가는 영양분을 빼앗아 먹는다는 이유로 제초제를 뿌리는데 우리 밭은 유기농까진 아니지만 최소한의 약만 치는 저농약 농법을 고집하고 있다. 


유기농이나 저농약 감귤 대부분은 귤 표면에 거뭇거뭇한 게 붙어 있거나 하얗게 변하면서 딱딱해진 과육들을 볼 수 있는데 요게 깍지벌레와 응애벌래 때문이라고. 

왁스까지 칠한 예쁜(?)과육만을 좋아하는 소비자들 눈에는 못 먹는 과육으로 치부하기 때문에 상품가치가 떨어져 문제이기도 하지만 나무를 말라죽게 하기 때문에 5월이면 감귤밭에 기계유지를 뿌린다고. 


이 기계유제는 일종의 기름덩어리다. 이걸 감귤나무에 뿌려주면 기름성분이 해충의 몸에 도포돼 숨을 못 쉬어 죽게 만든 약이라고. 


기계유제를 이렇게 담아주시고




커다란 말통에 물농도에 맞게 넣어준 후 기계로 계속 휘저어주면 분무작업 준비완료!



일단 말통에 물을 받고 약을 넣은 후 모터로 휘젓기를 시작하면서 일 시작! 

2천500평 되는 밭에 약을 치려고 보니 말통 3통이 들어간다. 둘이서 아침 7시반부터 시작해 마무리 하니 오후 3시가 다됐다. 

나야 줄만 잡고 있었으니 힘든거 모르고 있었지만 나무마다 꼼꼼하게 약을 친 태권형님의 팔뚝은 이미 남의 팔뚝 -_-;; 


늦은 점심을 먹고 장모님, 와이프와 함께 밭 한켠에 오일장에서 사온 묘종을 심었다. 

장모님 왈 울 사위 소꼽장난 한단다. 수박과 참외, 고추, 토마토 등을 심었는데 얼마나 잘 자랄건지.

밥 먹은지 얼마 안돼 숨쉬기도 힘든데 백만년만에 곡괭이질을 하려니 무지 힘들었는데 사람들은 그 모습이 웃긴가보다. 


예쁘게 자라고 있는 감귤꽃. 아카시아향처럼 진하고 깊다. 정말 매력적인 향기





새끼 감귤. 저 열매가 자라 맛있는 감귤로 성장한다고



혼자서 밭일을 시작해 보겠다고 하니 제주 내려간다 이야기했을때와 같은 반응이다. 

처음엔 '우와' 하더니 나중엔 '네가 그걸 할수 있겠어', '그 힘든걸 뭣하러 하냐'는 이야기. 

그러게. 밭은 커녕 흙길 걸어본지도 아득한 내가, 초딩들도 아는 나무나 풀 이름도 모르는 내가 이 일을 왜 하겠다고 덤볐을까. 

나도 의아하지만 기분은 좋다. 


황금연휴도 이렇게 간다. 

그래도 숨쉬며 사는 것 같아 행복하다. 

약으로도 치료 안된다는 근막통증을 제외한다면. 

서울촌놈 제주살이/초보농부이야기

내 감귤밭이 생겼다


흙을 만지게 될줄 정말 몰랐다. 

어릴적을 제외하고는 아파트에 둘러싸인 곳에서 살았고, 촌이라고 내려가봤자 아무도 농사짓는 분이 없었기에 농촌과 흙이 있는 삶이란 티브이 속 이야기일뿐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어느 정도 무식하고 관심없었냐면 군대 대기병 시절, 우리가 지켜야 할 초소들 위치와 짱박아 놓은 물건이 어딨는지를 배우며 보름정도 왕고참과 산 속을 누볐는데 자두가 나무에서 열리는 것도 처음 알았고, 뽕나무 열매가 그리 맛있는지도 그 나이가 되어서야 알았다. 


네온사인이 없으면 허전함을 느끼던 내가, 도심 속 한복판을 벗어나서는 살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내가 그곳을 떠나고 싶다 생각하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 하게도 '그 속에서의 삶과 나와의 이질감' 때문이었던 듯 하다. 


우여곡절 끝에 제주에 내려왔고, 제주출신이라는 와이프 덕에 남들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고 정착했지만 처음 내려왔을때 생각했던 삶과 현실이 일치할리 없고, 그냥 흘러가는 시간들을 거스를만한 능력도 재력도 없는지라 답답할 무렵 흙은 묘한 위안을 주었다. 


남들따라 밭에 몇번, 수확 몇번 해본게 다였지만 횟수가 늘어나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나도 농사 한번 지어볼까?"란 생각이 스믈스믈 피어올랐다. 물론 농사를 업으로 해 식구들 건사하며 먹고 살려면 적지 않은 규모로 해야 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자신이 없기에 전업할 용기는 없지만 그래도 '내 밭'이 갖고 싶었다. 아니 내 공간에서 내가 노력한 만큼 내가 수확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시작할 수 있을까, 조만간 쫓겨날 전셋집 구할 일도 막막한 상황서 감귤밭을 사서 해보는건 불가능한 일. 그렇다고 직장이 있는 상황서 덜컥 귤밭을 임대해 농사지을 능력도, 자신도 없어서 고민하던 중 우연찮은 기회에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귤농사를 짓는 형님에게서 작은 평수나마 감귤농사를 지어볼 땅을 빌렸다. 


감귤밭 모습





잘 자거라 감귤나무야





올 겨울을 위해 창고도 수리 중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고, '여기서 부터 여기까지가 네 것'이라는 표식도 없지만 그래도 1년간 내 땅이 생겼다. 아니 내 귤밭이 생겼다! 

마흔 넘어서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자 마음먹었던 일이 이제 막 시작한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흔쾌히 밭을 빌려주신 태권 형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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