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마을 신문으로 지역주민 조직화 사업을?

며칠 전 귀한 분을 제주에서 뵙게 됐습니다. 

대전 생명사회복지관 권태용 과장님, 페이스북에선 '출장전문 사회복지사'로 통하는 분이죠. 이날도 업무차 제주에 들르셨는데 귀한 일정 중 하루를 저희가 빼앗아(?) 지역조직화와 관련한 궁금했던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습니다. 


혹시 '판암골 소식'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이름 그대로 대전 판암2동의 소식을 알려내는 소식지, 아니 신문입니다. 권 과장님께서 주력하고 계신 판암골 소식 이야기와 신문을 매개로 어떻게 지역 주민 조직화를 일궈내셨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판암골 소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이리 설명하고 있네요. 

주민의 소통과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지역복지 활동으로, 2005년 12월 복간 1호를 시작으로 매월 5천부를 발간/배포하고 있습니다. 


주민기자단은 전/현직 기자와 언론전문가로부터 소정의 기자교육을 이수하고 자신의 생활주변에서 취재/인터뷰 활동을 통해 기사를 작성, 편집활동을 합니다. 주민기자활동에 60여 명이 참여했으며, 현재는 20여 명의 주민(학생)기자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매체에 대한 생각은 있지만 선뜻 실현시키지 못하는 게 운영은 현실인지라 보통의 일이 아니거든요. 여러가지 변수와 어려움, 비용과 시간투자가 따르죠. 게다가 예전 영상교육 기억나시나요? 장애인당사자에게 영상촬영과 편집기술을 가르쳐 새로운 직업모델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지속가능한 프로그램, 일자리 창출 실패 등의 이유로 흐지부지 사라졌죠. 그때처럼 '장애인당사자 기자만들기' 프로그램도 유행처럼 번지다 시들해지는 건 아닌지, 의문과 걱정을 품고 있는지라 궁금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답니다. 


일자리 창출 모델도 아니고, 매체를 만들어야만 하는 뚜렷한 목적도 보이지 않는데, 이를 활용해 주민과 소통하고 조직화를 일궈나가다니! 


특히 여행을 매개로 지역사회와 주민이 건강해지는 모델을 꿈꾸는 저로서는 가슴 두근거리는 이야기일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많은 매체를 만들어보기도, 운영해보기도 했으니 관심사는 더 클 수 밖에요.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판암골 소식지를 만들기 위해 처음 1년은 컴퓨터 교육, 또 다른 1년은 사진교육 등 기본적인 준비과정을 다져왔다.", "판암골 소식지의 지속가능 여부보다 마을주민들의 더 나은 소통여부가 중요하다."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남네요. 



귀한 시간 내주신 권태용 과장님 캄솨드려요 ^^


이야기 도중 기억에 남았던 것들을 좀 추려봤습니다. 


- 2005년 복간, 매월 5천부 발행, 배포

동네 유일의 마을신문, 동네에 산다고 동네소식을 다 알지 못해!

등장인물 주민, 만드는 사람 주민, 구독자 주민, 주민과 마을 소식을 전하는 매개체=마을신문


- 처음시작: 판암2동, 도시슬럼화 방지를 위한 도시재생사업 대상에 들 정도로 낙후. 이로 인해 원주민과 임대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 간의 갈등 심화 초등학생들이 아파트를 관통하는 가까운 길을 놔두고 멀리 돌아가는 일까지 발생.


서로를 알면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데 몰라서, 소통의 필요성 느껴. 동네주민과 지역 목사님, 복지관 등이 먼저 이야기하기 시작. 

오랫동안 고민함.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며 '뭔가 해보자' 이런 의견 모아. 그 일환으로 발행을 중지했던 마을신문 제작하기로


- 마을신문 발행과 관련한 특별한 서베이는 하지 않았고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서로 물어봐.(잘 모르는 사람이 조사할때보다 훨씬 신뢰도 높았음) o, x 정도로 물어보고 체크한 형태로 진행. 


- 여러가지 안 중 '마을 신문 제작'에 많은 의견이 모아졌으나, 직접 참가하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음. (하겠다고 나선 이들을 중심으로 마을신문 기자단 꾸리기 시작)


- 복지관에서 '마을 신문을 만듭시다'고 앞서 나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며 모아진 의견이 '마을 신문을 만들자'였음. 회의도 복지관에서 하지 않을 정도로 복지관은 거드는 역할만 할뿐 철저히 마을 주민들이 중심돼 진행. 

내부적으로는 마을 신문 만들기를 염두해 업무를 위한 기본소양이라 할 수 있는 컴퓨터 교육, 사진반 운영 등의 프로그램을 몇년차에 걸쳐 진행하며 마을 신문 기자 양성을 위한 밑바탕을 준비함. 


- 판암2동 주민이면 누구나 가능. 초등부터 노인까지. 하고 싶은 사람 누구나 참여가능토록

주민기자 교육/네트워크협약 신문사 견합/현장인터뷰와 거리 캠페인/월례회, 배포 순

외부의 전문가와의 네트워크 지속

거리캠페인-인터뷰 통해 지역현안 이슈와 주민 의견 청취, 결과는 꼭 마을신문으로 주민과 공유(사례: 마을신문이 중심 돼 지역 도서관 건립!)


- 월례회시: 취재에 대한 이야기보다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그 속에서 취재거리가 나와) 복지관이 깃발들고 나서지 않아.  

서로가 말하는건 무조건 비난하고 비판하지 않는게 원칙. 결정할때는 화백제도와 같이 무조건 한표. (목소리 큰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한 만남이 아니라 관계를 맺고 소통을 맺기위한 사소한 만남이 이어짐. 이 속에서 신뢰형성. 나를 신뢰한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판암골 소식을 홍보해주고 기자로 지원하길 유도해줌. 

'일은 끝나도 관계는 남아' '자주 만나고 가끔 일하고 많이 먹는다'


- 주민들이 함께 성장해야. 속칭 리더교육 등을 통해 양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제대로 된 마을 생태계에 기여 못해.


- 제작비: 타블로이드 판. 종이는 갱지.(종이 질에 대한 여러가지 논쟁이 있었음) 마을 신문 취지에 공감해주신 마을 주민이셨던 분이 인쇄소를 하시는 데 그곳에서 저렴한 비용에 인쇄.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사가셨지만 아직도 그곳에서 발행. (인쇄비는 복지관에서, 기자들에게 취재비 등은 지원하지 않음-애초에 없는걸 원칙으로 했고, 자의에 의해 참여했기 때문에 논란이 된 적이 있으나 이견은 크게 없음)


- 취재거리서부터 취재, 편집까지 기자들이 알아서 진행. 아이템을 정한 후 기자들이 취재를 해서 카페에 올리면 기자들이 내용을 보고 보완할 점, 교정 등을 댓글로 남기면 이를 바탕으로 수정. 지면 편집도 사전 교육을 통해 주민 기자들이 직접 단을 짜고 편집. 편집권, 편집기조도 자체적으로 잡아감. 이견이 있을때는 다수결


- 못하거나 잘 안될때도 의도적으로 '잘한다' 추임새 넣음. 주민들의 가능성을 믿으며 기다리고 경청하고 공감하고 피드백


- 이슈기사에 대한 외부압력: 복지관으로 압력 들어온 적 있었으나 기사를 삭제하거나 편집권을 침해한 적 없음. 처음부터 이렇게 된 건 아님. 기관 내에서 큰 마찰이 있었으나, 계속된 설득 끝에 얻어낸 결과임. 다만 특정 기사로 인해 마을 주민들 간의 분쟁이 벌어질뻔한 적이 있어서 주민 기자들과의 동의과정을 거쳐 조율한 적이 있음. 


마을 신문 기자활동을 하면서 지역사회에서의 삶에 대한 의미가 바뀐 이들에 대한 사례 소개 







- 복지는 사람이 살아가는 보편적인 삶의 이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좋으면 남도 좋고, 내가 싫으면 남도 싫다. 사회복지사는 좋아하는데, 주민들은 싫어해? 잘못된 것. 

'fun', 'easy' 'able' 이런 일부터 한다!


- 마을신문은 잘 안되도 마을신문을 통해 그 사람들의 관계가 계속 확장되는게 목표


많은 복지관들이 지역조직화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장애인복지관에서도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죠. 허나 지켜보는 제 입장에선 뭔가 자꾸 헛다리 짚는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장애인당사자를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하고 함께하는 기관도 있지만, 시대 조류가 그렇다는 이유로 특화된 복지관에서 중점해야 할 가치를 놓고 다른걸 고민하는 게 맞느냐는 이야기죠. 


설사 포장지는 그렇게 싼다 하더라도 정형적인 프로그램을 중시하고 이 틀거리에 맞지 않으면 배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저는 의문입니다. 


최근 '마을 만들기'가 열풍인가 봅니다. 헌데 본말이 전도됐다는 이야기가 자꾸 들려오네요. 프로그램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수치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들이 있는데 이를 자꾸 프로그램화 하고 수치로 계산하려드니 발생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건강한 주민조직화 사업, 살아있는 마을 만들기를 위해선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판암골 소식'이라는 마을 신문에 '생태여행'을 치환시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선흘1리 등에서 진행하고 있다는데 지속가능한 방법, 모두에게 이로운 방식으로 공생할 수 있을지...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됐네요. 


제주까지 오셔서 제대로 된 관광도 못해드리고 예정된 1시간을 넘어 2시간 30분에 걸쳐 많은 이야기를 해주신 권태용 과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런 이야기보따리 갖고 계신 분 많이 소개 시켜주시고요, 권태용 과장님의 이야기가 듣고 싶은 분들은 '동네일꾼의 발품스토리'라는 블로그에도 방문해 보세요~

알림

이 블로그는 구글에서 제공한 크롬에 최적화 되어있고, 네이버에서 제공한 나눔글꼴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카운터

Today : 5
Yesterday : 65
Total : 273,357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