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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장애/사회복지계 비례대표 선출 관람기

여야모두 총선 출마자를 확정짓고 선거운동 체제에 돌입했다.

비례대표 자리를 놓고 장애계와 사회복지계에 불어온 정치바람도 그 어느 때보다 거셌다. 소수계층의 목소리를 당사자가 나서서 대변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정을 위한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다. 후보 중에는 고개를 끄덕일만한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특정단체에 대한 이익만 대변했지 대중들의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인물도 다수 포함돼 혼란을 가중시켰다.

장애계는 기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중심으로 꾸려왔던 장애인총선연대의 문을 전 장애계로 확대해 이목을 끌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 주요 장애계단체들이 대거 합류했는가 하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이른바 운동권 진영까지 아우르는 ‘드림팀’이 꾸려져 그 어느 때보다 장애계 이익대변 실현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사회복지계에서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등 16개 직능단체 중심으로 ‘사회복지 핵심 정책과제 20개항’을 발표하고 각 당에 공약반영을 요구했는가 하면, 사회복지사당사자를 중심으로 꾸려진 복지국가사회복지연대 등도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며 정책제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직능단체별로 ‘사회복지계 추천인사’로 각 당에 추천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물론 논란도 많았다. 개인의 정치욕심을 정치세력화에 대한 열망으로 포장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왔고,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났다. 당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부모연대 등은 ‘장애인총선연대가 비례대표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정치권 줄서기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며 후보추천을 강력히 반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정책공약 개발 과정서 한미FTA반대, 기초법상 부양의무자 제도 폐지 등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퇴, 99%장애민중선거연대를 구성해 독자노선에 나섰다.

정치권 줄서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화 돼 ‘내가 장애계 명망가’임을 자처한 대부분의 장애계단체장이 비례대표 후보 출마를 위한 ‘눈치싸움’에 뛰어들었다. 단체별 유불리에 따라 ‘추천제’냐 ‘경선제’냐를 놓고 대립하던 장애인총선연대는 한 달여간의 진통 끝에 비례대표 후보 선출 투표에 참가할 추천위원회·배심원단 구성까지 합의를 이뤄냈으나, 민주통합당 9명․새누리당 13명만이 지원하는 등 흥행에 실패했고, 장애인총선연대가 추천한 후보가 모두 비례대표 순번에 못 들어갔다. 반면 장애인총선연대를 주도한 양대 장애계연합단체장은 장애인총선연대의 룰 대신 개별 공천을 신청해 비례대표 2번을 배정받아 사실상 19대 국회입성이 확정됐다. 이에 반발한 장애계단체들의 탈퇴가 이어지고 있어서 사실상 좌초의 수순을 밟고 있다.

사회복지계의 경우는 더욱 초라하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김용익 교수 등이 사회복지계 인사로 분류돼 그나마 체면은 살렸으나, 새누리당 이봉화 복지부 前 차관은 구설수로 인해 결국 낙마했다. 또 공천 신청 이전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장과 한국사회복지관협회 회장의 국회 입성도 실패로 돌아갔다. 여야모두 직능단체장 경력 이외의 특별한 이력이 없을 경우 비례대표 후보에서 우선 배제했다는 후문이다.

장애계가 공정성과 신뢰에 대한 논쟁이 주를 이뤘다면, 사회복지계는 직능단체장의 비례대표 출마에 관한 논란이 쟁점화 됐다. 이 논란은 페이스북 등 SNS와 한국사회복지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도 뜨겁게 달궈졌는데, 어떤 이들은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이 몇 년째 공전을 거듭하는 이유를 현장출신 사회복지계 국회의원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고 이들 회장의 출마를 환영했는가 하면, 또 다른 이들은 회원들의 추대로 당선된 협회장이 회원들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특정 정당의 비례대표로 출마했단 사실을 문제 삼으며 반대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야 대선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거리를 뒀기 때문으로 풀이되지만, 정치권 입장에서야 표로 직결되는 협회장 출신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많은 회원조직을 거느린 직능단체연합회장의 경우 영입 그 자체가 표로 집결될 수 있고, 협회장까지 거치며 이미 최소한의 검증과 정치력 등에 대해 인증 받았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직능단체장이기 때문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논리에는 반대한다. 그러나 직능단체장이 아무리 회원들의 투표를 거쳤다고는 하나 해당 영역 전체를 대표한다고도 생각하지 못하겠다. 이 때문에 ‘회원들의 뜻을 거스를 수가 없어서 비례대표로 출마하게 됐다’는 주장에는 전혀 공감할 수가 없다. 도대체 언제, 어디서, 회원들을 상대로 의사를 물었는지에 대해 되묻고 싶다. 맹목적인 특정영역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주장이 개인의 욕심으로밖에 비쳐지지 않는 이유다.

장애인총선연대를 구성하게 된 당초 취지를 되돌아서 생각해보자.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차별과 멸시 속에 살아왔던 아픔을 이제는 ‘남이 아닌 내 목소리’로 바꿔보고자 정치세력화를 부르짖기 시작했고, 그 결과 17대 장향숙, 정하원 의원에 이어 18대 박은수, 곽정숙, 이정선, 정하균 의원 등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들의 국회입성을 통해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특히 전 장애계의 염원이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할 수 있었던 때는 이들의 노력이 한몫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이 장애인당사자의 편에 서기보다 특정 정당의 입장을 먼저 대변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장애인당사자의 정치세력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장애계 명망가’ 1명을 국회에 입성시키는 것이 장애계에 어떤 득이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은 사회복지계에서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이에 반해 협회장의 비례대표 출마에 대한 논란은 의외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특정인을 찍어 내리기 위함’이라는 오해와 불신을 반목시키기 위해서라도 정관 등에 대표의 정치출마에 대한 규정을 삽입하면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쟁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출사표를 던지고 싶은 이는 논의된 절차에 따라 신청하면 될 테고, 회원들도 자신의 뜻에 따라 지지한다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과정은 엄청난 진통이 따르겠지만 말이다.

지난 몇 년간 장애계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한 장애계단체장이 자신의 출마선언과 동시에 회장직을 사퇴했다. 조직의 정체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이 후보는 비례대표 후보에 들지 못했으나, 회장직 사퇴약속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이 단체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 회장이 차기 장애계 몫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출마하겠다고 나선다면 대중들은 어떻게 움직일까, 반면교사를 삼을만하다.

자신의 영역을 대변할 수 있을만한 인물을 국회로 보내자는 논의가 논쟁과 갈등을 일으키는 이유는 결국 ‘내가 국회에 가게 된다면 이렇게 바꾸겠다’는 주장이 설득력 없기 때문이다. 어느 때만 되면 나타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어려울 때 옆에 있어주길 바라는 게 대중들의 심리인데 시작서부터 뒤틀린 것이다.

비례대표도 선정된 마당에 굳이 과정문제를 들먹이냐는 불편한 시각도 감지된다. 그러나 장애계와 사회복지계의 진정한 정치세력화를 위한 작업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 이상 예전처럼 ‘닫힌 체계’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을 감지하고, 열린 마음으로 더 많은 당사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원칙을 만들어낸다면 이번처럼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지 않으리라고 본다.

우리를 대표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우리 손으로 만든다, 생각만 해도 뿌듯하지 않나. 비록 가는 길이 멀고 험할지라도 말이다.

(서울시복지재단 웹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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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싱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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